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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때로는 잠시 내려놓을 때 변화가 시작된다
자기계발/독서&그림

그림 일기 (2)

by 러닝과독서 2025. 9. 25.

해가 머리 위를 지나고 3시간 정도 흐른 어느 날 오후.

물감이 든 팔레트를 펼치고, 물컵에 물을 채워 붓을 담갔다.

붓 끝 털들이 물에 스며드는 것을 눈으로 지켜보면서, 오늘은 무엇을 그려볼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중에 몇 년 전 많은 도움을 준 직장 상사가 떠올랐다. 3년전에 사주란 게 뭔지 궁금해서 시중에 출판된 서적을 여러 권 읽었었는데, 그 때 그 분의 물상이 '바위 위에 자라는 화초' 같은 이미지였던 게 기억이 났다.

탁월한 두뇌와 거침없는 판단력으로 업무 전선을 휙휙 진두지휘하곤 하셨는데, 곰곰이 생각을 한번 해보고 산속에 바위위에 핀 꽃을 한번 그려보기로 했다. 바위 위, 햇빛에 비춰진 꽃잎을 멋지게 그려 보고자 붓을 쓱싹쓱싹 놀려댔다.

 

쓱... 쓱.... 싹... 싹...

수채화는 물을 잘 사용해야 한다고 하는데, 왠지 물에 손이 잘 안갔다. 

물감이 번져 나가면서 마르면, 괜찮은 느낌이 났지만,, 뭔가 하나하나 터치하고 싶은 내 욕구하고는 잘 안어울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뒷 배경과 햇살을 그리면서 점점 덧칠로 인해 색감의 무게가 짙어졌다. 

그리고 바위만 그리자니 어색해서 바위 위에 자라는 야생꽃들을 조금 그려 넣었다.

아직 섬세하게 그리기는 어려워서 점을 찍찍 찍어가면서 공간을 채워나갔다.

 

이제 대망의 꽃을 그릴 차례였다. 

두근 두근. 화룡정점(畵龍點睛)이란 말이 지금 딱 어울릴 것 같았다. 용을 그리고 마지막에 눈동자를 그려 넣어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뜻인데, 어떤 일을 완성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을 마무리하여 결과물의 완성도를 극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난 설레는 마음으로 꽃을 색칠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헉.. 뭔가 내 예상과 한참을 빗나갔다. 햇빛에 반사되는 색상 구현이 쉽지가 않았다. 

아무리 해도 그런 빛깔이 나지 않자, 색칠한 부분이 마른 뒤에 결국 흰색과 분홍색을 사용해서 마무리했다.

최대한 정성을 다해 조심히 그려 나갔다.

 

땀을 삐질 흘리고 나서야 아래처럼 결과물이 나왔는데, 흠흠...

바위 위 꽃바위 위 꽃

 

꽃이 뒷 배경색과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간만에 멋진 분과 같이 근무했었떤 경험들을 떠올리면서 그림을 그리니 옛날 생각도 나고, 의미있는 시간을 보낸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메신저로 그린 그림을 공유하면서 오랜만에 인사 문자를 드렸고,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평소 지인들께 연락을 잘 하지 않는 성격인데, 그림으로 안부를 묻게 될 줄이야.. ㅎㅎ

아무튼 그림은 여러모로 나에게 의미를 더해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