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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때로는 잠시 내려놓을 때 변화가 시작된다
자기계발/독서&그림

그림 일기 (1)

by 러닝과독서 2025. 8. 24.

몇 년 전, 주말에 그림 그리는 실습을 한 적이 있었는데, 아크릴 물감으로 모네의 연꽃호수를 그려보는 것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모나미 볼펜으로 깨작깨작 그린 적은 몇 번 있었지만, 물감을 이용하여 그렸던 적은 없어서 그때 상당히 낯설어 했던 기억이 있었다. 

 

우연찮게 7월 부터 미술 공부를 일주일에 한번, 2시간 정도 하게 되었는데, 나름 '잘해봐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시작된 첫 수업.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50대 초중반 정도의 여성 분이셨고, 미술 도구나 용품 소쿠리를 한아름 안고 오셨다.

그러면서 수업을 듣는 학생에게 물감과 붓 등을 나누어 주셨고, 비싸다는 종이를 자르는 방법, 자른 종이를 판대기에 고정하는 방법 등을 일러 주셨다.

몇 장의 수업자료에 대해 설명해 주셨는데, 잘 들어오지 않았고, 물감과 붓, 비싼 종이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선생님은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그리기를 바라셨고,

각자 찍은 사진을 한 장 골라서 그려 보라고 말씀하셧다.

 

난 내가 찍은 사진 중에 며칠 전 부산 다대포해수욕장에 가서 찍은 사진이 마음에 들었다.

당시 해가 지기 30~40분 전이었는데, 해가 구름 가장자리에 걸쳐 있어 무지갯빛 아우라가 하늘을 꾸미고 있어 모래사장을 걷는 사람들이 하늘을 응시하면서 따라 걷고 있었다. 또 다대포해수욕장은 결혼 전 사진을 찍기로 유명한데, 많은 커플들이 바다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있었다. 바다색, 기온, 바람, 구름, 무지개 빛깔, 웃음소리, 사랑스런 장면들,,, 마치 행복이란 단어를 표현하기 위해 시간을 일시적으로 멈춘 것과 같은, 그런 전체적인 분위기가 내 신경세포에 각인되는 것만 같았다.   

 

선생님이 다가오셨고, 처음이니까 사람은 생각하지 말고, 우선 자연을 한번 그려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쓱싹 쓱싹 붓을 터치하는 방법과 물을 이용하는 방법 등을 살짝 일러주셨다.

 

난 그 때의 감정과 분위기를 생각하면서 붓을 들었다.

 

휙... 휙.... 쓰윽... 쓱쓱....

 

몰입했던 탓일까. 1시간이 그냥 훌쩍 지나갔다.

먹구름 주변과 하늘의 빛을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계속 색깔이 덧띄우게 되었는데, 선생님이 다가오셔서 물의 활용법에 대한 조언과 심폐소생을 해 주셨는데, 그래선지 점점 그림이 만들어졌다.

 

나름 다 그리고 그림을 보는데, 뭔가 그때의 느낌이 나지 않았다.

'왜일까..' 궁금했고, 고민했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사람을 넣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이 때가 좋았던 건 자연이 아름답기도 했지만, 나와 나란히 걷고 있던 그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부채꼴 형태의 붓이었지만, 사람을 넣으니 왠지 그때 느낌이 조금 살아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저 멀리 수영하고 있었던 사람들도 점으로 콕콕 찍어 표현을 해보았다.

 

선생님도 그림을 보시고, 영국의 터너가 생각난다고 하시면서 칭찬을 해주셨다.

순간 옛날 LA다저스 야구선수 터너가 생각났는데, '마치면 영국 화가 터너를 검색해 봐야지' 하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그린 날짜와 이름을 넣고, 첫 미술 수업을 마쳤다.  

내가 그렸지만, 그리기 전까지는 내가 이렇게 그릴 수 있는지 짐작도 못 할 것 같았다. 

아래는 내 수채화 첫 작품으로, 아마 앞으로 내 삶에서 두고두고 얘깃거리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